"엄마, 이게 무슨 풀이야? 먹을 수 있어?"
아이가 불쑥 던지는 질문에 엄마는 “응, 응, 그게”라고만 한다. 당황한 표정이 역력하다. 천화원 명상트레이너 김경숙 씨가 옆을 지나다 얼른 아이의 말을 받는다.
"이건 취나물이야. 맛있게 나물무침을 해서 먹을 수도 있고 비빔밥에 넣어 먹기도 하지."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또 다른 산야초를 찾으러 간다. 엄마의 얼굴에 웃음이 살짝 스친다.
풀잎 하나 보여주고 요즘 사람에게 이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몇 명이나 이름을 댈까? 마트에 가든 시장에 가든 제각기 이름표를 곱게 달고 기다려주니 알겠지만, 숲속에서 너나없이 한데 어우러져 있는 산야초라면 뭐가 뭔지 도통 알기 어렵다.

▲ 천화원 산야초 숲 기행에 참석한 이들의 표정이 밝다.
일지명상센터 천화원은 지난달 18일 충북 영동 천화원 일대에서 제6회 산야초 숲 기행을 진행했다. 전국 각지에서 가족, 친지, 동료와 함께 천화원을 찾은 이들이 천모산 숲을 헤치고 이름 모를 산야초와 만났다.
이 산야초 숲 기행은 김경숙 트레이너가 이끌었다. 원래는 명상과 기공 전문 트레이너인 그는 그동안 숨겨왔던 산야초에 관한 해박한 지식을 이번에 풀어 보였다.
"진짜배기 산야초는 여러분이 다니는 일반 산행로가 아니라 고라니나 야생동물들이 다니는 길에 숨어 있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먹을 수 있는 나물인지 독초인지 잘 살펴봐야 해요."
트레이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참가자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사람 아닌 고라니가 다닐 법한 길 아닌 길에서 야초를 찾기 시작했다. 아무리 눈을 크게 뜬들, 도시 풋내기들에게 '나 여기 있소'하고 소리쳐 줄 산야초가 아니다. 참가자들은 트레이너가 가리키는 곳을 한참을 살펴보고 나서야 나물인지 독초인지,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찾기가 쉽지 않은 만큼 재미가 쏠쏠하다. 경북 김천에서 왔다는 성신종 씨는 "사람, 차가 북적거리는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온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네요"라며 연신 코를 벌름거리며 산이 내뿜는 향을 들이켰다.
어른 아이 없이 비닐봉지 하나를 산야초로 그득히 채우자 트레이너가 외쳤다. "이제 내려가시죠." 숲 기행이 끝났다고 아쉬워 마시라. 이제부터는 입이 즐거운 시간이니까.
천모산에서 내려온 참가자들은 우선 너른 평상에 자리잡고 산야초를 다듬었다. 김 트레이너가 "우리 얼굴 생김새도 이름도 모두 다르듯이 산야초마다 이름도 그 이야기도 다 제각각"이라며 산야초 이야기, 천화원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 직접 캔 산야초로 한상 그득하게 차린 밥상은 고기 반찬, 생선 반찬 없어도 세상 최고의 꿀맛이다.
이제 드디어 식사 시간. 천모산유기영농조합이 운영하는 '폭포가든'에 밥상을 차렸다. 천모산의 맑은 공기를 한껏 머금고 맛을 낸 된장에 직접 한 잎 한 잎 손으로 딴 산야초를 싸서 먹으니 둘이 먹다 셋이 기절해도 모를 맛이다.
부산에서 온 김병규 씨는 "이 산야초 맛, 된장 맛이 그리워서라도 다시 꼭 와야겠어요. 배만 부른 것이 아니라 마음도 가득 찼습니다"하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식사 후 나온 야생꽃차는 산야초 숲 기행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고의 후식. 김 트레이너가 손수 덖은 들꽃차다.
자연(自然)은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스스로 그러하다'라는 뜻이다. 인간도 자연의 일부이거늘 언제부터 우리네 삶이 이리도 자연스럽지 않았는지. 아쉬워 말고 나물 반찬 하나 해 먹어 보는 것은 어떨까. 직접 산야초를 캐는 것이 힘들다면 근처 시장에서라도 사서 말이다.
강만금 기자 | sierra@ikoreanspir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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