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오~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프랑스 파리 유네스코 회의장에서 '아리랑' 노래가 울려 퍼졌다. 애닮고 구성진 아리랑 노래에 앞에서 듣고 있던 참석자가 "놀랍다!"며 탄성을 자아냈다. 다른 나라 노래에 의미는 알 수 없었어도 아리랑에 실린 우리 민족의 깊은 정서를 느꼈기 때문이리라.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Intergovernmental Committee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에서 '아리랑의 유네스코 등재'가 5일(프랑스 현지시각) 최종 확정됐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민요 보유자인 이춘희 국립국악원 예술감독은 유네스코 회의장에서 화답 축가로'아리랑'을 불렀다.
하지만 그 순간 어디 이춘희 감독만 아리랑을 불렀으랴. 어제 아침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등재 확정' 소식을 접한 우리나라 5천만 국민 또한 마음속으로 기쁨의 아리랑을 부르고 있었을 것이다.
늘 우리 민족과 함께 한 노래 아리랑, 우리가 반만년 역사 속 수많은 전쟁과 침략의 고난을 이겨내고 오늘날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한'과 '흥'의 정서를 지혜롭게 아우르며 위기의 고비를 넘긴 '아리랑 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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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아리랑' 포스터 [사진제공=문화재청] |
'아리랑'이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되기까지
유네스코 등재유산이란 인류 전체를 위해 보호되어야 할 보편적 가치가 있다고 인정되어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이하 유네스코, UNESCO)가 '세계유산 알람표'에 등록한 문화재를 말한다. 유네스코 등재유산에는 세계유산, 기록유산, 무형유산 세 가지가 있다.
'아리랑'은 무형유산에 속하는 문화재로, 여러 세대를 거친 우리나라 국민의 집단적인 기여로 만들어진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다. 아리랑은 기본적으로 '아리랑, 아리랑, 아리리오'를 포함한 후렴구와 가사로 이루어진 노래군을 가리키며, 지역마다 독특한 아리랑이 전승된다.
아리랑의 노랫말은 단순하면서도 문학적인 가사와 음률 덕택에 '즉석에서 지어 부르기, 따라 하기, 함께 부르기'가 쉽고 다른 음악 장르에도 쉽게 수용된다. 누구든 어디서든 아리랑을 지어 부를 수 있다. 이렇듯 아리랑은 한국 영토 안팎에 있는 한민족의 대화와 단결을 촉진하는 우리나라 최고의 브랜드 파워인 것이다.
그러나 우리 민족 정체성의 징표인 아리랑이 중국의 야욕 앞에 위기를 맞았다. 중국은 2005년부터 소수민족 문화를 보존시킨다는 명목으로 조선족의 전통문화를 중국 내 국가 제도 하에 두는 정책을 시행, 2011년 5월에는 조선족 아리랑을 자국 중요무형문화재로 등재하기에 이른다.
이번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 추진은 '중국의 아리랑 사태'에 대한 강력 대응책으로 조선족 문화에 대한 중국의 유네스코 목록 등재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함이기도 했다.
문화재청은 2009년 8월 '정선아리랑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2012년 6월에는 정선아리랑의 공동체 범위를 확장하여 전 국민이 부르는 아리랑으로 수정, '아리랑 수정 등재신청서'를 제출했다.
11월 5일에는 유네스코 무형유산위원회 산하 심사소위원회인 심사보조기구(Subsidiary body)로부터 만장일치로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고, 5일(프랑스 현지시각) 등재 확정이 발표됐다.
'아리랑'의 참의미와 가치를 제대로 알 때 지킬 수 있어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등재 확정'으로 중국의 역사적 야욕을 꺾기는 했지만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百戰百勝), 그를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백 번 이긴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중국)를 알기 전에 우리는 '나'(우리 문화)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일까? '지피(知彼)'와 '백전백승(百戰百勝)'을 논하기 전에 먼저 '지기(知己)'를 따져 볼 일이다.
'중국의 아리랑 사태'와 '아리랑 인류무형유산 등재'로 '아리랑'에 대한 온 국민의 관심이 깨어나기는 했지만, '아리랑'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아직도 약하다.
중국은 '아리랑 사태'를 일으킬 당시의 우리 상황에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한국이 아리랑을 길거리 음악으로 방치하고 상관하지 않는 기간 동안, 중국은 이미 아리랑을 중국소수민족 전통으로 인정했다는 사실이다.(??是在???阿里?作?路?音?放任不管期?, 中?已??阿里??成了中?少?民族??)"
- 2011년 7월 11일 자 <인민일보(人民日報)>와 <신화망>
아리랑이 진정 길거리 음악인가? 실제로 아리랑이 '자기를 버리고 떠나간 님을 그리는 이별 노래'라고 알고 있는 국민도 적지 않다. 하지만 그런 노래라면 어떻게 아리랑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민요가 되었겠는가. 세상에 널리고 널린 것이 사랑 노래, 이별 노래다.
"아리랑(我理朗) 아리랑 아리리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十里)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아리랑(我理朗)'은 나 아(我), 깨달을 리(理), 즐거울 랑(朗) 한자를 쓴다. 즉 '아리랑'은 '나를 깨닫는 즐거움'이란 뜻이다. 여기서 '나'는 '가아(거짓 나)'가 만들어내는 욕망과 감정이 아니라, '참나(진짜 나)'를 의미한다. '참나'는 자신의 진실한 모습, 바로 '우리 얼'을 가리킨다.
십리(十里)에서 '십(十)'은 '깨달음과 완성'의 자리, '창조'가 일어나는 근본 자리를 뜻한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자신의 순수한 얼을 잃고 삶의 목표를 놓쳐버린 사람이다. 그런 사람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즉 '창조와 완성의 자리에 이를 수 없다'는 것이다.
'아리랑'은 단순한 연애 노래가 아니다. '인간은 왜 태어났는가', '무엇을 위해 살아가야 하는가'란 삶의 궁극적 질문에 대한 해답을 담은 노래이다. 아리랑을 부르면 저절로 '흥'이 나서 신이 난다. '신이 난다'는 것은 '신(神)을 일으킨다'는 뜻이다. '아리랑'은 신 나게 부르다 보면 얼이 환해지는 노래, 절로 절로 깨달음에 이르게 하는 '한(크다, 하나)'의 노래이다.
대대손손 자손이 인생의 바른 길을 잃지 않고 지혜로운 삶을 살아가길 염원했던 우리 조상의 깊은 사랑과 배려가 '아리랑'이란 노래로 구전되어 지금까지 내려온 것이다.
이제는 '아리랑'의 참뜻을 제대로 알리고 지켜나갈 일만 남았다. 정부는 '아리랑 전승'을 활성화하기 위해 아리랑 국가무형문화유산 지정, 아리랑 아카이브 구축, 아리랑 상설 및 기획 전시, 국내외 정기공연, 학술조사 및 연구, 지방자치단체의 아리랑 축제 지원 등의 방안을 추진 중이다.
우리얼찾기국민운동본부와 (사)국학원 등의 시민단체에서도 '우리 얼을 바로 찾자'는 취지 아래 '아리랑 유네스코 등재 및 홍익 대통령 탄생'을 외치며 '우리얼 찾기 100만 서명운동'을 진행하기도 했다. 앞으로 '우리얼 찾기 1,000만 서명운동'으로 전개하며 국민의 의식을 깨울 예정이다.
우리 또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우리 얼과 아리랑 문화를 활성화하는데 적극 동참할 때다. 자신을 가치를 제대로 아는 사람만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 온 국민이 '우리 얼'과 '아리랑'의 참의미와 가치를 바로 알고 사랑할 때, 진정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아리랑'도 지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 이효선 기자 | sunlee@ikoreanspir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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